읽고, 쓰고, 실천하다_출판사 책소개
책의 제1부는 어느새 곁을 떠나신 아버님,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과 어린 시절 그에게 자연스레 스며든 어른들의 가르침부터 학교를 오가며, 외국을 다니며 호기심어린 시선에 들어온 사람과 문화에 대한 소감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엄격한 법학자일지도’는 상당한 편견이다. 소년은 여전히 그에게 남아 있다. 어른이 된 소년은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을 눈여겨보거니와 개구진 눈길은 주위의 면면도 놓치지 않는다.
책의 제2부는 30여 년간 공법(公法)을 연구해온 학자로서 중앙과 지방의 역할 및 저자의 고향인 울산을 비롯한 지방의 균형발전에 대한 생각과 최근의 사회·경제·정치현상에 대한 시론적 소감이다. 어릴 적 골짜기에 풀어놓던 소먹이기부터 '대부', '82년생 김지영' 등 영화얘기, 장맛비와 계절의 변화뿐만 아니라 술자리의 격하거나 우스운 입씨름조차도 저자에게는 생각이 시작되고, 글의 고리를 이어가는 그럴싸한 재료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까닭으로, 말끔하게 내려놓은 시론의 끝에 닿는 것이 그리 무겁지 않다. 제2부는 자율주행차와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현상을 긍정하면서도, 디지털 시대의 명암을 함께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계속성은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확보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과 생명존중, 이웃사랑과 같이 다양한 주제와 정신적 가치에 관하여 폭넓은 견해를 담았다. 최근 격렬하게 지나고 있는 광장과 정치담론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까지 점검하고 있다. 제2부의 핵심주제가 조화인 이유이다.
책의 제3부에서 저자는 인류역사에서 주요한 사상적 통찰의 전환점들을 포착해내고 있다. 저자의 책읽기가 간단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서양철학사, 그리스로마철학사, The Trial and Crucifixion of Jesus, 조선시대 당쟁사, Jan Hus in the Medieval Ecclesiastical Courts, 영국혁명과 올리버 크롬웰, 재판으로 본 세계사, 세기의 재판 등을 참고하고 있다. 우리 역사의 변곡점들에 대하여, 획득하여 우리 앞에 새로이 내놓을 성찰이 기다려지는 지점이다.
책의 제4부는 인공지능과 그에 기반하여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경제적 현상에 관하여 선도적으로 정교한 분석을 제시하며, 인공지능시대 직업 환경의 필연적 변화에 대응하여 '기본소득'과 법이념인 '공정과 정의'의 의미 변화에 관한 논의로서 법제도적 보완을 강구하고 있다. 더불어 '지속가능발전' 에 관한 최근의 논의를 이끌고 있다. 전통적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과학기술의 법현상을 시의성있게 성찰하는 것은 저자가 법학자로서 더없이 빛나는 부분이다.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진취적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다.
이 책은 이전의 문화적 가치를 토대로, 그에 가속적으로 더해지는 새로운 사회·문화 현상 속에 살아가는 사람 및 공동체의 안정적 견고함과 진전을 위해 그 실질방안과 정신적 자세를 고민하는 저자의 실천적 결과물이다. 그 사유의 목적과 일관성이 에세이, 칼럼, 논문의 결합이라는 다소 생경한 책의 형식을 궤뚫어 일소하고 있다.
일상의 고리들로 늘 사유하고 정제해온 저자의 전인적 면모가 드러나는 책이다.
그를 가까이 두기를 권한다.
도서출판 「내를 건너서 숲으로」